상수도 수질 관리는 물의 안전성과 신뢰를 지키는 핵심 과정이다. 취수원에서 가정까지 이어지는 전 구간은 단순한 물리적 이송이 아니라, 다양한 위험을 예측하고 통제하는 다층적 안전망 위에서 운영된다. 본 글은 수질 관리의 필요성과 이를 구현하는 기술·제도적 장치, 그리고 낙동강 녹조와 구미 페놀 유출이라는 대표적 수질사고를 통해 실제 대응 절차와 교훈을 살펴본다. 이를 통해 수질 관리가 도시 보건과 사회 안정에 얼마나 깊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상수도 수질 관리의 운영체계
상수도 수질 관리는 단순히 정수장에서 물을 처리하는 단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취수원 단계에서는 수원 주변의 토지 이용, 산업·농업용수 배출, 기상 조건을 포함한 광범위한 환경 요인을 고려해 모니터링한다. 수질 사고는 예고 없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상수도 관계자는 상시적으로 감시 항목을 조정하고, 폭우나 가뭄 같은 극한 기후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수질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수 처리 과정에서는 응집·침전·여과·소독이라는 기본 공정 외에도 원수 특성에 맞춰 고도정수처리 기술(오존 처리, 활성탄 흡착, 막여과 등)을 병행하며, 각 단계의 운전 조건은 원수의 탁도, 조류 농도, 유기물 함량 등에 따라 세밀하게 조정된다. 송·배수 구간에서는 관망의 수압, 유량, 잔류염소 농도가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수압이 떨어지면 외부 오염수의 역류 가능성이 높아지고, 잔류염소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면 미생물 증식 위험이 커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원격감시제어(SCADA) 시스템이 주요 지점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하며, 기준치를 벗어나면 경보가 발생해 즉시 현장 조치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특정 지점에서 염소 농도가 급격히 하락하면, 인근 밸브를 폐쇄하고 배수지 격리, 관세척, 재소독을 순차적으로 실시한다. 이처럼 상수도 수질 관리 체계는 예방적 관리, 실시간 감시, 사고 대응, 사후 복구라는 네 가지 축이 동시에 작동해야 한다. 이 중 어느 한 단계라도 미흡하면 전체 시스템의 신뢰성이 훼손되고, 이는 곧 시민 안전과 직결된다.
사례로 본 위험과 대응 : 낙동강 녹조와 구미 페놀
낙동강 녹조 현상은 매년 여름철 수온 상승과 유속 저하, 영양염류 농도 증가가 맞물리며 발생한다. 특히 남조류는 강한 햇빛과 고온 환경에서 급격히 증식하며, 일부 종은 마이크로시스틴 같은 독소를 생성한다. 이 독소는 간 독성을 유발할 수 있으며, 장기간 노출 시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또한 조류 세포 자체는 정수 처리 과정에서 제거가 가능하지만, 세포가 파괴되면 독소가 방출되므로 공정 운전이 훨씬 까다로워진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수장에서는 취수탑의 수심별 취수구를 조절해 조류 밀집 수층을 피하고, 전처리 단계에서 조류를 응집·침전시키며, 분말 활성탄을 투입해 독소와 냄새 유발물질을 흡착한다. 이어서 오존 산화를 통해 잔존 독소를 분해하고, 최종 여과지의 역세척 주기를 단축해 세포 파괴를 최소화한다. 다음으로 구미 페놀 유출 사건은 1991년 3월, 구미공단 인근 배관에서 다량의 페놀이 낙동강으로 유입되면서 발생했다. 페놀은 독성뿐 아니라 특유의 강한 냄새로 인해 극미량만으로도 음용수를 부적합하게 만든다. 당시 대구와 경북 일부 지역에서 단수가 실시되고, 대체 급수차량이 긴급 투입되었다. 상수도 측은 즉시 취수를 중단하고 예비 취수원으로 전환했으며, 오염 구간 격리와 하류 정수장의 관세척이 동시에 이뤄졌다. 정수장에서는 활성탄 흡착과 오존 처리를 대폭 강화해 잔류 오염물질 제거에 집중했다. 이 사고는 상수도 운영 전반에 걸쳐 중요한 교훈을 남겼다. 첫째, 취수원 보호구역 관리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 둘째, 상류 산업단지의 배출 관리와 사고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는 점, 셋째, 예비 취수원과 다중 수원 체계 확보가 필수라는 점이다. 또한 조기 경보 체계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입증되었다. 오염 발생 사실을 신속하게 파악하고, 취수·정수·송·배수·공급 단계에서 동시에 맞춤 대응이 이뤄져야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수질 안전망 구축
상수도 수질 관리와 모니터링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시의 일상을 지키는 핵심 활동이다. 물은 취수원에서 수도꼭지까지 오는 동안 기후, 산업, 토지 이용, 배관 상태 등 다양한 위험에 노출된다. 이러한 변수들은 기술적 설비와 제도적 관리, 숙련된 인력의 상시 운영이 결합된 시스템을 통해 통제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집중호우와 가뭄, 산업 활동의 고도화, 미세오염물질 증가 등 새로운 위협은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이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평상시 체계적 관리, 비상시 신속 대응, 사고 이후 철저한 복구와 원인 분석이 모두 필요하다. 시민이 마시는 수돗물 한 잔에는 24시간 작동하는 모니터링 센서, 비상 상황에 대비한 예비 취수원, 정밀한 화학·미생물 분석, 숙련된 운영자의 판단과 대응이 모두 담겨 있다. 이처럼 상수도 수질 관리 체계는 단순한 기술 집합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안전망이며, 장기적으로는 시민 신뢰와 직결된다. 따라서 기술 고도화와 함께, 정보 공개와 시민 참여를 확대해 ‘함께 지키는 수돗물 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 할 수 있다.